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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전시]갤러리PC<프라이빗컬렉션>1st 개관준비전 얼굴_The Face |
08-08-22 | ȸ 27,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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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4, August 2008
갤러리PC<프라이빗 컬렉션> 1st 개관준비전
얼굴 _ The Face
PREVIEW | 개 관 기 념 전
글 | 김진섭 (갤러리PC 디렉터)
2008. 7. 29 - 8. 31 갤러리PC<프라이빗 컬렉션> 서울시 삼성동 무역센터 도심공항터미널 지하 1층코
엑스Tel. 02-551-0813
현대미술을 통해 작가와 대중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고자 갤러리PC<프라이빗 컬렉션> (대표 최창묵)가 지난 7월 29일 무역센터 코엑스 중심부에 문을열고 그 첫 번째 전시로‘얼굴(The Face)’전을 기획하였다.
<모나리자>와 같은 르네상스의 명화에서 최근에 유명세를 타게 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과 같은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동·서양미술의 역사에서도‘얼굴’만큼 작가의 개성과 총체적인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주는 소재도 없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무한한 에너지들의 총화이자 영혼을 담는 그릇인‘얼굴’을 주제로 아시아 현대미술 작가 총 9인의 작품을 통해, 단순한 외양 너머에 존재하는 다양한 에너지들을 보여주고자 기획되었으며, 서로 다른 두 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총 50점 이상의 작품이 전시된다.
1층 전시장에서는 김동현, 리우지엔화, 쑨저판, 유정훈, 이영수 총 5명의 작가의 얼굴작품에서 느껴지는‘긍정의 에너지’들을 만끽할 수 있다. 최근 시크릿(Secret), 긍정의 힘 등의 책들이 인기를 끌면서 더욱 주목받게 된 이 긍정적인 사고의 힘은 다섯 작가가 풀어내는 유머와 해학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동현(Kim Dong Hyun)의 작품에서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한 갖가지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외눈박이, 길쭉한 팔, 나선형의 형상, 동그란 돌기, 점박이, 커다란 입모양을 한 몬스터들은 한 화면 속에서 서로 엉키고 뒤섞여 마치 연주가 가능할듯한 하나의 악보와도 같은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다.‘불안하지만 살아있는 역동적인 에너지가 곧 평화’라 말하는 그는 정체됨 없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든 종류의 관계들 속에서 경험되어지는 에너지들의 율동과 흐름을 유쾌한 컬러와 형상의 몬스터들로 풀어낸다. 판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표현방법과 괴기스럽기 보다는 오히려 사랑스러운 그의 몬스터들은 세상의 그 어떤 어려움도 파괴시킬 만큼 힘찬 에너지를 뿜어낸다.
리우지엔화(Liu Jianhua)의 그림에서는 늘 같은 표정의 얼굴 하나를 볼 수 있다. 눈웃음으로 초승달같이 가늘어진 눈, 윗니와 혓바닥이 보일 정도로 활짝 웃는 커다란 입을 가진 한 여성의 얼굴은 그의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때로는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하고, 전성기의 여가수처럼 노래를 부르거나,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입고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보는 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일종의 주술적인 힘을 갖고 있는듯하다. 뿐만 아니라 동양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 했듯이 그의 작품에서는 종종 모란꽃, 까치, 잉어 등의 상징물들이 등장하여 부귀와 기쁜 소식, 성공과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기도 하는데, 이는 그가 기존 중국작가들의 냉소와 풍자의 의미로 사용했던 얼굴이 아닌 진정한 행복과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고자 함을 엿볼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여자는 예쁘면 다 용서가 된다고 하였던가. 커다란 화면에 꽉 차게 그려진 클로즈업된 얼굴들은 쑨저판(Sun Zuofan) 작품의 대표적인 이미지이다. 그는 주로 캐리커쳐를 연상시키는 과장된 기법으로 아름답고 트렌디한 여성의 얼굴을 독특한 컬러감으로 표현해내는데, 가냘픈 어깨에 V라인 얼굴형, 세련된 헤어스타일, 도톰한 입술, 위로 치켜 뜬 커다란 눈 등을 두루 갖춘 그녀들은 때로는 섹시하고 도발적으로 때로는 청순한 모습으로 우리를 향해 시선을 던진다. 이와 더불어 마치 머리핀이나 장식품처럼 미녀들에게 자연스럽게 붙어있는 해학적인 파리의 형상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그만의 아이콘이라 할수 있다. 전통적인 중국의 미인형 이라기보다는 이시대가 요구하는 조건들을 너무나 완벽하게 갖추었기에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어색해도 보이는 현대판미인(?)들의 얼굴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사회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유정훈(Yoo Jung Hoon)의 작품에서는 가지각색의 표정을 가진 수많은 얼굴들이 등장한다. 사실 얼굴이라기보다는 사념들, 기호들, 혹은 욕망 그 자체인 듯 도하다. 비행기, 자동차와 같은 사물과 꽃, 나무, 구름, 태양, 별 등의 자연과 눈, 코, 입의 형체를 갖은 얼굴들이 뒤섞여 창조해내는 그만의 세계에서는 형상과 배경의 경계마저 모호해진다. 마치 벽 모퉁이에 그려진 자유로운 낙서 혹은 일상을 고스란히 담은 그림일기를 보듯이 작가 자신의 경험과 감수성 그리고 머릿속에 맴도는 사고들이 좌충우돌하며 유쾌한 상상력의 세계를 펼치게 된다. 삶 자체를 담아낸 그의 작품에서 얼굴형상은 겉모습이 아닌 곧 작가의 주관적인 감정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데,‘조금씩 선을 그으면서 차츰 형상을 찾아 간다’고 말하는 그에게 있어서 작업은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유일한 창구이자 희망적인 미래를 기원하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똥그란 얼굴, 초롱초롱한 눈망울, 까까머리를 한 순진무구한 표정의 꼬마영수를 한번쯤은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작가 이영수(Lee Young Soo) 본인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자‘영수’라는 보편적인 이름처럼 모든 보통의 남자 꼬마아이의 상징이기도 한 이 꼬마영수는 전통적인 수묵화 재료를 사용하여 만화적인 점묘법으로 표현한 다양한 시리즈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꼬마 영수시리즈는 전통적인 재료에서 한걸음 나아가 캔버스에 컬러로 새롭게 탄생하는데,숨 쉴 겨를도 없이 바쁘게 지나치는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소소한 움직임과경이로움을 꼬마영수의 순수한 눈을 통해 재발견 하게 된다.
2층 전시장에서는 고상우, 엥흐자칼, 원혜연, 조성준의 4명의 작가들이 보여주는 또 다른 얼굴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고요하거나 멜랑콜리한 분위기의 몽환적 시선(현실과 상상의 경계)이 압권이라 할 수 있는 4명의 작가들의 작품들은 1층과는 또 다른 내면의 사유를 고스란히 표출하고 있다.
꼭 감겨진 두 눈, 꿈꾸는 듯한 얼굴표정이 시선을 사로잡는 고상우(KOH)의 작품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데는 독특한 색채감이 한 몫을 한다. 그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색채는 위험하리만치 매혹적인 동시에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진다. 스틸사진과 네거티브 필름을 음화로 인화하여 작가 내면의 또 다른 모습을 투영해서 보여주는 그의 작업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감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의 작업에서는 주로 장미꽃, 나비 등과 함께 그려진 누드의 풍만한 여인의 모습과 근작에서는 꼭 껴안은 남성과 여성, 혹은 여성과 여성이 등장하여 포옹과 애절한 입맞춤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작가 스스로“음화이미지는 나의 얼굴색, 남성과 여성, 동양과 서양, 현실과 환상을 전도시킨 작업”이라 말하듯 이는 동양인으로써 미국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엥흐자칼(Enkhjargal)의 작품에서는 초점을 잃은 텅 빈 동공의 얼굴들, 초현실주의를 연상시키는 3차원의 공간감, 반복적인 패턴의 추상과 정밀한 형상이 결합된 강렬한 색채 이미지를 마주할 수 있다. 그는 그리는 행위를 통해, 만화적이라 할 수 있는 미묘한 감성으로 외양이 아닌 내면의 울림, 즉 영혼을 담아낸다.
사실 그의 작품을 처음대하면 그 어디서도 보기 힘든 독자적인 화풍으로 인하여 언뜻 몽골작가임을 연결짓기는 힘들지만 낙타, 초원의 바람, 나의 나라, 초원의 웃음 등 그의 주요작품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몽골의 역사와 유목사회의 전통적이고 뿌리 깊은 소재들이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때 강력한 대군을 이끌고 천하를 호령한 징기스칸의 나라였던 몽골의 역사적 사건의 기억들과 혼재되어 있는 현재 몽골의 인물 모습에서는 매우 혼란스럽고 기이한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본능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만의 색채와 공간감은 적절히 비워진 공백(空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옛 기억의 추억과 향수, 덧없는 환상, 현실의 잔혹함, 사랑의 아련함과 순수함, 잊혀진 선조들의 목소리, 남겨진 사람들의 가엾은 숙명을 알레고리적으로 보여준다.
원혜연(Won Hae Yeon)작가에게 작업이란 곧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이자 일종의 영혼을 담아내는 의식
과도 같다. 그의 작품 앞에서면 마치 가면을 쓴 듯 무표정한 얼굴과 연기처럼 곧 사라질듯 한, 혹은 어딘가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남직한 형체, 그리고 인생의 온갖 무게가 담겨진 강렬한 시선에 할 말을 잃게 된다. 극도로 절제되어있는 묘사나 표현에 반해 놀랄 만큼 사실적인 인상을 주는 것은 아마도 그의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혼의 울림, 즉 공명에 의한 무언의 에너지 때문이리라. 그의 인물에는 뚜렷한 형체가 없다. 빈 캔버스에 누군가 그려졌다기보다는 원래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마치 캔버스 속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생명체와도 같이 그들은 오히려 그림 밖의 사람들을 지긋이 응시하기도하고 때로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또 다른 세계를 암시하기도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단색으로 처리된 여백은 곧 사라져 버릴 듯한 이미지를 단단하게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만들어짐과 흩어짐을 반복하는 그의 형상들은 마치 거울처럼 되돌아와 옛 기억의 한 부분을 투영해서 보여주기라도 하듯 관람자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끝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클로즈업된 여성의 얼굴,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깊은 잠에 빠진 듯 한 몽롱한 표정과 우윳빛 피부색이 그대로 만져질듯 한 연한 파스텔 톤의 색채가 대표적인 조성준(Sungjoon JOH) 작가의‘From the Palace of Sleep’시리즈가 소개된다. 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그는 주로(삭제) 잃어버린(Lost) 그리고 발견된(Found) 장소들에 관해 작업을 한다. 무섭도록 고요하다 못해 정적이 감도는 장소들에는 오직 따스한 빛만이 그들을 어루만지고 있다. 변화하는 모든 것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흐르는 시간을 붙들어 순간을 영원하게 만드는 그만의 힘은 유일하게 인물이 주가 되는‘From the Palace of Sleep’시리즈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를 처음 대할 때 느껴지는 놀라움은 생각지도 못한 작은 사이즈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경의로울 정도의 평화로움과 완전함이다. 삶과 죽음 그 모든 것을 초월한 듯 한 그의 영원한 순간들은 백 마디의 말보다 강한 암시를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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